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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 (커버이미지)
붉은 방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 출판사위즈덤커넥트 
  • 출판일2015-11-02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추천평

"굉장히 무서운!!! 주인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는 진정한 공포가 존재한다. 누군가혼자 어둡고 넓은 방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은 더욱 공포스러울 것이다. 할로윈 밤에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좋을 듯."

- Amazon 독자, Tcald



"비록 시작은 공포 소설의 암시를 가지고 있지만, 이 소설은 전통적인 방식의 공포 소설은 아니다. 스포일러의 우려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소름이 끼치고, 읽은 후에는 이 소설 생각이 계속 날 것이다."

- Amazon 독자, Kindle Customer



"귀신 들린 이야기이자 귀신에 대한 공포를 다룬 소설. H. G. 웰즈의 대가로서의 터치가 느껴지는 단편소설이다. 그의 대가로서의 터치가 평범한 설정을 정말 무서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 Amazon 독자, Carolyn Hertz





미리 보기

"당신 선택이오."



말라 비틀어진 팔을 가진 노인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



희미한 지팡이 소리가 들리고 외부 통로에 깔린 돌을 느릿하게 밟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 노인이 들어 오면서 문 경첩이 삐걱거렸다. 그 노인은 첫 번째 노인보다 더 늙고, 구부정한 허리에, 주름진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목발에 의지하고 있는 노인의 눈은 어두운 그늘에 싸여 있었고, 반쯤 일그러진 그의 아래 입술은 창백한 분홍빛이었다. 그 입술 위로 노랗게 썩은 이빨이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테이블 건너편에 있는 안락 의자로 바로 걸어 가 불편한 자세로 앉더니 기침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말라 비틀어진 팔을 가진 노인은 새로 들어 온 노인을 향해 명백한 혐오감이 담긴 시선을 던졌다. 방 안에 있던 늙은 여자는 두 번째 노인이 들어 오는 것을 알아 차리지 못한 듯 난롯불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말했듯이, 당신 선택이오."



기침이 잠시 멈춘 사이, 말라 비틀어진 팔을 가진 노인이 말했다.



"저의 선택이 맞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눈 그늘을 가진 노인이 나의 존재를 새삼 알아 차리고, 머리를 옆으로 돌려서 나를 쳐다 보았다. 그 순간 나는 그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작지만 불꽃에 쌓인 듯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기침을 하면서 식식거리기 시작했다.



"술 한 잔 하시게나." 말라 비틀어진 팔을 가진 노인이 테이블 위에 맥주잔을 앞으로 밀면서 말했다. 눈 그늘을 가진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한 잔 정도의 맥주를 따르고, 반 정도 되는 양은 테이블에 흘렸다. 괴물 같이 보이는 그의 그림자가 벽 위를 타고 오르면서, 그가 맥주를 따르고 마시는 모습을 흉내 내는 듯 했다. 이토록 기괴한 관리인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의견으로, 노쇠함에는 어떤 비인간적인 면이 존재했다. 보통의 경우 숨겨져 있지만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내재하는 어떤 것이었다. 노인들이 하루 하루를 늙어가면서, 그들의 인간적인 품격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퇴락하는 듯 했다. 이들 세 명의 노인은 삭막한 침묵으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굽은 등, 나에 대한 명백한 적대감, 그리고 그들 서로를 향한 적의가 그 불편함을 가중시켰다. 어쩌면 그날 밤 나는 무엇에든 불편한 인상을 가질 기분이었을 수도 있다. 위층의 어떤 사악한 것에 대한 그들의 희미한 암시로부터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귀신 들린 방까지 안내해 주신다면, 저는 그 곳에서 쉬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때 기침을 하던 노인이 갑자기 머리를 돌려서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짙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눈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내 말에 답하지 않았다. 잠시 답을 기다리면서 나는 노인들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늙은 여자가 윤기 없는 눈으로 불을 응시하는 모습이 시체처럼 보였다.



나는 조금 더 큰 소리로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 귀신 들린 방으로 저를 안내해 주시면, 저를 접대하는 고역을 피하실 수 있을 텐데요."



"문 밖에 판이 있고 그 위에 촛불이 있소이다." 말라비틀어진 팔을 가진 노인이 내 발을 쳐다 보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오늘 밤 붉은 방으로 간다면....."



"오늘도 그 모든 밤 중에 하나야." 늙은 여자가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다.



"혼자서 가시오."



"좋습니다." 내가 짧게 답했다. "그렇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죠?"



"통로를 조금 따라 가시오." 노인이 문가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나선형 계단이 나오면 두 번째 층계참에 초록색 베이즈 천이 씌인 문이 있을 거요. 그 문을 통해서 들어 가면 긴 복도가 있을 거요. 그 복도 끝 왼편에 붉은 방이 있소이다."



"제가 맞게 알아 들었나요?" 노인의 말을 반복하면서 내가 말했다.



노인은 한 가지 부분을 교정해 주었다.



"진짜로 가시려오?" 짙은 눈 그늘을 가진 노인이 나를 바라 보면서 물었다. 그가 그렇게 이상하고도 부자연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 보는 것은 세 번째였다.



"오늘도 그 모든 밤 중에 하나야." 늙은 여자가 속삭이듯 말했다.



"제가 여기에 온 이유가 그것이니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문으로 다가갔다. 내가 그러는 사이, 눈 그늘을 가진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테이블 주위를 돌았다. 그렇게 해서 난롯불 곁에 있는 다른 노인들에게로 다가서려는 듯 했다. 문가에 다다르자 나는 몸을 돌려 함께 모여 앉은 노인들을 쳐다 보았다. 난롯불을 배경으로 어두운 윤곽만을 보이는 노인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 보았다. 그들의 오래된 얼굴에서 내게 뭔가를 말하려는 표정이 느껴졌다.



"안녕히 계세요." 문을 열면서 내가 인사했다.



"당신 선택이오." 말라 비틀어진 팔을 가진 노인이 말했다.



나는 촛불이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 문을 열어 두었다. 촛불을 준비하고 문을 단단히 닫은 후 복도를 걸어갔다. 통로 속으로 내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나는 사실에만 집중하는 태도를 견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그 노인들이 모여 있던 방의 어둠침침한 옛날 가구들과 그것들에 둘러 쌓인 노인들의 기이함이 내게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조금은 다른 시대, 좀 더 오래된 시대에 속한 것처럼 보였다. 영적인 것들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고, 상식이 비상식이었고, 마녀와 불길한 예언이 신뢰성을 가지고, 유령들을 부정할 수 없는 그런 시대에 속한 듯 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뭔가 유령 같았다. 그들이 옷과 스타일은 죽은 자의 머리 속에서 나온 듯 했고, 그들 주위의 장식품과 가구 역시 유령 같이 느껴졌다. 사라진 사람들의 사념이 현재의 세상에 들어 오지 못하고 공기 중을 떠돌고 있었다. 그림자로 가득 찬 복도는 습기로 반짝이는 얇은 막으로 덮여 있었다. 죽어서 굳어 버린 것들처럼 차갑고 수척한 복도였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 이런 저런 이상한 생각들을 겨우 머리 반대편으로 밀쳐 낼 수 있었다. 바람이 스며 드는 지하의 복도는 먼지가 날리는 추운 장소였다. 촛불이 일렁이면서 작게 떨리다가 가끔씩 불꽃을 일으켰다. 나선형 계단 위 아래로 내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칠흑 같은 그림자가 나를 뒤에서 덮쳐 오고, 내 앞의 그림자가 어둠 속으로 스며 들어 갔다. 계단 중간에 위치한 넓은 층계참에 잠시 멈춰 서서, 내 뒤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가 무엇인지를 확인해 보았다. 오직 침묵만이 존재했다.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끼면서, 베이즈천이 덮인 문을 활짝 열고 조용한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노인들이 내 정신에 미친 영향이 그리 큰 것 같지는 않았다. 커다란 계단 옆 창문에서 들어 오는 달빛에 비친 사물들이 검은 그림자 속에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들 위로 은색 그물이 씌워진 듯 엷은 달빛이 복도를 채우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은 12개월 전이 아니라 바로 어제 버려진 듯 했다. 벽 곳곳에 양초가 꽂혀 있었고, 카펫과 잘 닦인 바닥 위에 쌓인 먼지는 아주 고르게 퍼져 있어서 촛불로는 먼지를 볼 수 없었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침묵이 사방에 퍼져 있었다. 앞으로 나가려다가 나는 갑자기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복도 구석 자리에 숨겨져 있던 동상 무리가 보였다. 그 동상의 그림자들이 놀랄 만큼 뚜렷한 윤곽을 가지고 벽 위에 비춰졌다. 그리고 뭔가가 나를 덮쳐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30초 정도 그 앞에서 머무르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주머니 속의 권총을 움켜 쥐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그곳에는 가니메데와 독수리의 동상만이 달빛 속에 빛나고 있었다. 그 일로 인해서 나는 오히려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상아 장식이 달린 테이블 위의 도자기 상이 내가 지나가는 동안 움직임을 멈추는 듯 했지만 그 정도로는 놀랄 필요가 없었다.

저자소개

1866년 영국 켄트 주 브롬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다리를 다쳐 누워 지내게 되면서 책과 가까워졌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포목점과 약국 등에서 견습생 생활을 해야 했으나, 학업에 대한 뜻을 잃지 않고 노력한 결과 런던 과학사범학교와 런던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동물학을 전공했으나 과학 외에 다방면의 지식 쌓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1893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소설뿐만 아니라 정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평론을 여러 잡지와 신문에 기고했다. 작품 안에 발휘된 과학기술에 대한 상상력, 세계 정치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직관에 힘입어, 현재 그는 공상과학소설의 아버지로 불린다.

대표작으로는 『타임머신』 『투명인간』 『우주 전쟁』 등이 있다. 1946년 런던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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